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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때는...지금으로 부터 30여년전.군 생활중에 사단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어 ,홍천읍에서 4개월 가량 하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숙집은 홍천에서 그중 잘나간다는 유지집으로,시내 한가운데 위치했습니다. 하숙방은 ㄷ자로 이루어진 뒷채에 자리하고 자그마한 방들은 툇마루로 이어졌으며 ,마당 한켠에는 장독대와 앵두나무 세그루 사이에 우물이 있는 전형적인 한옥이었죠. 첫날 저녁...가벼운 짐을 풀고 고참 하숙생들과 통성명을 하며 보니,내방의 좌측으로는 돋수 높은 안경에 샌님처럼 하얀 얼굴의 농협 다니는 노총각, 우측의 세방에는 근처 홍천여중 여교사 댓명이 투숙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머리를 두갈래로 딴 예쁜 처녀가 안채와 뒷채를 오가는 모습이 보였는데,딸 많은 하숙집의 막내 따님이었습니다. 군에서 파견생활이라는게 거의 다...할일은 많지않고 따라서 시간은 널널한 편이죠. 나는 해가 기울 무렵이면 조기 퇴근하였는데 ,하숙집 마당에 들어서면 이미 퇴근한 여선생들이 우물가에서 흰수건을 머리에 붙들어 맨채(머리띠 식으로) 얼굴을 씻으며 발을 닦고 있는 날들이 많았습니다.나를 본 그 선생님들 아니,그 처녀들...갑자기 화장 지워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조금 걷어 올렸던 치마를 황급히 내리며,괜히 까르르 웃고....웬 부산들을 그렇게 떠는지. 하기는 ...이성에 관심이 한창 클 때이고,또 미혼의 여교사와 청년 장교...뭔가 심상치 않게 ,그럴듯 하지 않습니까 ㅎ ㅎ ㅎ 그런데...여난(?)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숙생활이 일주일 정도 지날 무렵 , 안채에서 하숙생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어 서는데 안주인님이 나만 넌즈시 부른후에 말을 붙였습니다. 고향이 어디냐 , 부모님은 살아 계시냐 , 학교는 어딜 나왔냐 , 나이가 몇살이냐 , 생일은......형사가 취조 하듯이 별의별 것을 다 물어 보다가 , 끝에는 조그만 단지 하나를 내앞에 내놓았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며,아침 공복에 한 숟가락씩 먹으라고.정말...꿀단지였습니다. 내가 그당시 이미 만만치 않은 술꾼에 베짱이 자질까지 보유하고 있는줄은 모르고 ..전도유망,참한 총각으로만 보였던 모양입니다.ㅎ ㅎ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며칠 후 입니다. 밤 늦도록 홍천시장의 머리고기집에서 술을 마셔 거나해진채 하숙방으로 돌아와 벌렁 누워 있는데 , 방문이 삑- 하고 열리며 노크도 없이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양손에 밥상을 힘들게 들고...주인집 막내 딸이었습니다.벌떡 일어나 밥 생각 없다해도...막무가내 , 연이어 작은 상까지 들여놓고 글쎄..상옆에 소리없이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엉덩이가 말만한 처녀와 피 끓는 청년...힘(?) 쓸 때가 없어서 치마 입은 사람만 보면 하소연 하고픈 나이 아니겠습니까. 아~ 이마에 땀이 맺히더군요,칠흙같은 밤에 주위는 조용하지만..단순한 상황이 아니었죠. 얼마전 부터 나를 보는 눈이 범상치 않다 여겼더니,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했거늘...야심한 시간에 굴러온 떡인가 ,내가 올가미에 완벽하게 걸려든 것인가????.... . 그녀는 책 몇권 꽂혀 있는 작은 앉은뱅이 책상 위쪽에 덩그러니 붙어있는 , 사진 두장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내가 이사오며 붙인 지휘자 카라얀과 당시의 유명배우 로버트 레트포드. 좁은 방안에서는 두사람의 숨소리만 천둥처럼 울렸습니다. 나는 할 수 없이 수저를 들었지만,머리는 실타래처럼 얽힌 이성과 ..욕망의 미로속을 헤매야만 했습니다. 밥상위에는 발라놓은 닭고기살,장조림,감자양파 무침, 김무침,오이소배기,열무김치,소고기무국...거기에 밥속에는 찐계란이 폭~박혀 있더군요.하숙생 밥이 아니라 ,조금 보태면 임금님 수라상....어지러웠습니다. 밥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너무 순수치 못하게만 보는것 아닌가.아무 이야기라도 조금 할까 , 우스운 이야기나 해줄까. 그렇지만 몇번을 생각해봐도..그럴 수없는 묘한 분위기였습니다. 결국..그날, 그녀가 밥상을 들고 들어와 다시 들고 나갈때까지 둘의 대화는 단 한번의 질문과 대답이 있었을 뿐입니다. "진중위님,저 배우 좋아 하세요?" " 네." 늦게 들어가 안채에서 저녁밥을 못먹으면, 내방까지 밥상 배달...하숙집을 떠날 때까지 계속 됐습니다. 물론, 농협 노총각이나 여선생님들에게는 그런일이 절대 없었죠. 정해진 시간 지나 못먹으면 그만.... . 그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도 엄청 받아야만 했습니다. 또 어느 날인가는 자대의 후배 장교가 홍천에서 술 마신후, 내방에서 끼어 자려고 왔다가는..둘만의 자리(?)를 목격하고는 너스레,아니 주접을 심하게 떨어 입장 난처해 지기도 했죠. " 아이고~선배님,파견 나가시더니 고~새에 형수님까지 얻으셨네! 그저 복없는 놈은 매일 훈련이나 나가 뺑뺑이 돌고,복있는 사람은 자빠져도 여자한테 앵긴다더니~세상 너무 몰인정하다!!! 방해 될까봐 어디 여관가서 자야겠다 하 하하 " (이 친구는 내가 제대 할때까지,...마음에 없으면 자기 소개해 달라고 끈질기게 졸라댔었음) 그러나...나는 딴지를 걸거나 자빠트리기^^보다는 , 제대해서 서울가면 기회가 많을텐데 일찌감치 홍천댁으로 확정하여 살 수 없다는 결론에 항상 무게가 실렸고...숱한 날을 상기된 얼굴,땀과 함께 참고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 차라리 집 밖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됐으면...말동무라도 하고,그러다보면 정분이 오가면서 뭔일이라도 진행되었을것 같습니다. 막내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4년간 가사일만 돌봤지만,그녀의 언니들이 시집가서 다들 현모양처로 잘 산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으며 소도시 여자라 볼 수 없는 출중한 외모도 갖췄었거든요. 하지만 안주인님이 아시고 또한 안테나 바짝 세운채 버틴 하숙집에서는 아차- 하면 막바로 외통수, 평생을 책임져야 했기에 웬지 거부감이 더 생겼던듯 합니다. 지나간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하기사.여염집 처녀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없었겠죠.특히 그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 군사도시 홍천 바닥에서 군인과 함께 활보하면 금방 소문이 나버릴 테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버렸습니다. 4달 후...자대 복귀 명령이 떨어졌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 갔지만, 하숙집의 추억만은 내머리속에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한밤중에 어느방에선가 조그맣게 새어 나오던 라디오의 음악소리. 일이 없어 대낮에 일찍 들어간 날, 혼자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던 마당 우물가의 고즈넉한 정취. 나의 다사다망함 때문에 끝끝내 자리를 못했지만...여선생들과 다같이 술자리 한번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며 끈질기게 나를 부추기던 농협 노총각의 진지한 얼굴. 떠나는 날이 돼서야 , 자기는 대학 동기동창생이라는걸 처음에 알았는데 진중위는 몰랐냐며 섭섭한 표정을 짓던 눈이 동글동글하던 선생님. 골목 끝까지 따라 나오시며 몸조심하고 홍천에 외출 나오면 자주 들리라고 신신당부 하던 안주인님. 인사말도 없이 대문 앞에서 땅만 보고있던 막내딸....... . 얼마전 홍천 장날에 집사람과 드라이브겸 장 구경 갔었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며 감회가 새롭더군요. 하숙집 부근 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어 버린 홍천의 발전상에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났습니다. 다행히 시장은 그대로고,머리고기집도 예전 위치에 있엇습니다.참새 방앗간 들리듯이 출입했던 그 술집의 아주머니는 돌아가셨지만,허름하면서도 술맛 당기던 분위기는 매마찬가지였습니다. 애주가 진중위 왔다고 꼭 오소리 감투(돼지의 애기보로 귀하다고함)를 챙겨 두었다가 내어 주시던 모습이 떠올라 잠시 가슴이 짠- 해 지더군요. 막내딸 소식은....홍천의 웬만한 사람들 한테, o 부잣집 막내딸은 어떻게 사냐고 물어 보면 대개 알듯 했지만...그만 두었습니다.잘됐건 못됐건 당시의 추억만으로 남겨 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장 구경 다하고, 홍천을 떠나며 생각해 봤습니다. 그 때 만약...홍천댁과 연이 닿았으면, 내 인생은 어찌 달라졌을까.혹,지금쯤 땅부자였던 처갓집의 원조로 ..홍천 시내 어디쯤에 빌딩 두서너개 갖고, 팔자 걸음으로 유지행세하며 한 세월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ㅎ ㅎ ㅎ 레트포드 사진 , 밥속의 찐 계란 ,우물가 선생님들의 하얀 종아리...추억은 즐겁습니다. 인생의 행복했던 봄날이었습니다. 하숙집 안주인님은 십중팔구는 돌아가셨을 것이고...막내딸 , 여선생님들 , 농협 노총각...어디선가 다들 잘살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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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2016-07-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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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련해지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계시네요. 하숙집 막내딸은 그 때 애 많이 탔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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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2016-07-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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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 가지고 계시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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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1
2017-03-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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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젊은 날의 추억을 갇고 사시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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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창산
2017-05-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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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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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2017-06-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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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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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포리
2017-07-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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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이 있으시군요! 저도 홍천 11사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서 홍천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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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곤
2017-09-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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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기회가아니였나싶기도합니다,존추억간직하세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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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kkk
2018-07-0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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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추억굿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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