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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썸타는 시대의 사랑법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은 차태현에게 할 말이 있으면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지만,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김수현에게 우선 문자부터 보낸다. “뭐해?” “자?” 한밤중 도착하는 이런 질문은 십중팔구 호감이기 쉽다. 카카오톡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으로 감정을 분석하는 스마트폰 서비스 ‘텍스트앳’에서 분석한 내용을 보면, “자니?”는 우선 헤어진 연인에게 늦은 시간에 갑자기 말을 걸 때 가장 많이 사용되고, 그다음으로는 주로 관심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 사용되는 말이다. 남자는 관심있는 사람에게 11.38%,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3.26% “자니?”라며 말을 걸고, 7.9%의 여자도 관심있는 사람에게 자는지 물어본단다. 텍스트로 연애하는 시대, 당신의 감정은 메시지 창으로 읽힌다. |
사진은 문자 내용으로 관계를 진단하는 애플리케이션 ‘텍스트앳’의 서비스 화면 |
맥락이 중요하다. 주로 사용하는 말과 이모티콘은 물론이고, 누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는지, 얼마 만에 답장이 돌아오는지, 얼마나 자주 대화를 나누는지도 커플의 감정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란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통화보단 주로 문자로 감정을 전달하는 시대에 사람의 감정은 대부분 정량 측정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했다.
‘선톡’(먼저 카카오톡)은 호감도의 중요한 지표다. 남자가 먼저 보낸 메시지 중 63%는 호감 대상에게 보낸 것이었다. 여자도 마음이 있다면 53%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선톡’ 했는데도 ‘읽씹’(읽기만 하고 답장을 보내지 않음) 당했을 때 좌절하는 연애 공식은 얼추 맞는 셈이다.
오프라인에 연애고수가 있는 것처럼 썸에도 고수가 있다. 책 <여우를 사로잡는 문자의 기술>을 쓴 연애코치 곽현호씨는 지금까지 연애 상담한 내용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단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답장을 보내기만 해도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것이지만 특히 5분 안에 오면 그 연애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여자들은 문자 내용뿐 아니라 읽는 것을 가지고도 ‘밀당’(밀고 당기기)을 한다. 문자를 읽으면 표시되기 때문에 일단 읽지 않고 두는 여자들이 많다. 이에 비해 남자들은 빨리 읽고 바로 답장을 보내는 등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곽씨의 설명이다. 케이블채널 티브이엔에서 연애상담 프로그램 <로맨스가 더 필요해>를 만드는 문태주 피디는 “예전엔 열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나무 10그루를 동시에 찍는다. 밑밥을 여럿 던져두고 반응이 오는 사람한테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번에 여러 사람과 썸을 타는 행위를 ‘어장 관리’라고 해서 비난하기도 하지만 들켜도 따질 수는 없다. 미묘한 호감 줄다리기만 두고 감정의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곽씨는 “반대로 썸남이 선수인지를 알려면 언제 메시지를 보내는지 살펴야 한다. 주말에만 메시지를 보내는 남자는 일단 걸러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문자가 오는지, 짧게 끊고 끝내는지 아니면 길게 이끌어가는지, 만남을 제안하는지 연락만 하는지, 말을 할 때 소재를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코치한다.
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직접 물어보지 못할까? 심리상담을 하는 ‘닛부타의 숲’ 이승욱 소장은 “100%도 아니고 1만%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특성”에서 이유를 찾는다. <남자 셋 여자 셋>, <롤러코스터>를 연출하고 카이스트에서 자신이 쓴 석사논문을 바탕으로 <네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다>라는 책을 쓴 김성덕 피디의 생각도 비슷하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연애를 시작한다고 하지만 정작 관계를 이끌어가는 연애 체질은 터무니없이 약하다. 일찍부터 너무 생존게임에 시달리다 보니 짝짓기 게임엔 무능한 인상이다. 카이스트에서 멘토 상담을 하는데 진로 등에 비해 연애 상담 내용은 너무 유치해서 깜짝깜짝 놀란다. 상처가 아물면서 다음 연애를 시작할 힘이 되는데 연애에서 받는 한번의 상처를 극단적으로 겁낸다.”
텍스트앳의 주사용자인 10~20대 여자들은 특히 상처 받지 않고 감정적인 긴장관계를 즐기는 썸을 택한다. 연애나 결혼은 그들에게 아직 멀리 있다. 썸을 타다가 한쪽이 적극적으로 나와 연애에 성공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은 웹툰 <썸툰>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공상과학 판타지물로 불린다. 6월 첫째 주, 스캐터랩은 분석 내용을 토대로 적극적인 연애코치를 하는 ‘시즌2 텍스트앳’을 선보일 예정이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수년까지 언제나 연애 직전인 썸남·썸녀들이 많아지면서 ‘그린라이트’를 알려주는 콘텐츠들이 흥한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썸 타는’ 연애시대,〈마녀사냥〉 [잉여싸롱#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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